정치
[기고] 이래도 "웃기고 있네! 라고 말할 수 있나요?
광화문짬뽕
2007. 11. 20. 10:52
[기고] 이래도 "웃기고 있네! 라고 말할 수 있나요? | ||||||||||||
부패청산국민연대의 대국민제안 기자회견장에서 | ||||||||||||
이지문 (전국민주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원, 공익제보자모임 부대표)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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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은주가 뚝 떨어진 오늘, 태평로 삼성 본관 앞을 지나가던 60대초로 보이는 한 남는 “웃기고 있네!” 라는 말을 내뱉었습니다. 그가 무엇을 보고 이런 말을 했을까요?
“부패청산 없이는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 “부패를 우리 자녀들에게 물려줄 수는 없다”라는 구호 아래, 20년 전 군정종식을 통한 민주주의 건설에 앞장섰던 그 가열찬 목소리와 그 당당한 발자국을 부패청산을 통한 투명국가 수립에 함께 할 것을 국민에게 정중하게 요청하는 자리였습니다. 최근 들어 외국 언론에서조차 “한국 사회에서 부패의 망령이 되살아나고 있다”라는 기사에는 아시아 경제대국 3위인 한국에서 ‘여전히 돈이 말한다’라는 문장으로 금전 스캔들에 대한 비판과 함께, 기업 임원들이 정부 관리에게 접대 골프를 하고 학부모들이 교사에게 촌지를 건네는 관행이 여전하며, 돈봉투를 성공의 필수적인 도구로 여기고 있다고 꼬집고 있습니다. ‘부패 국가’로 낙인찍힌 사회에 살고 있는 한 시민으로서, 그리고 양심선언자의 한 사람으로서, 반부패운동을 동참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각종 부패 비리를 일삼는 자뿐만 아니라 솔직히 오늘처럼 “웃기고 있네! 라고 지나치는, 냉소와 무관심으로 가득찬 사람을 볼 때마다 실망감이 많이 든다는 감정을 감출 수 없습니다. 한나라당 이 아무개 사무총장이 ‘민란’ 운운하던데, 그러한 특정 정치세력이 입에 담는 ‘민란’이 아니라, 정말 부패 문제에 우리 국민이 ‘민란’(亂에는 부정적인 의미가 있으니까 국민 의거 정도로 표현하고 넘어가지요)을 일으켜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우리 사회의 부패는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수준을 이미 넘어섰습니다. 그럼에도 국민의 무관심이 이렇게 팽배한 데는, 이런 생각이 있지 않은가 싶습니다.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다고....” 막말로 삼성이 비자금을 조성해서 정치권, 검찰 등에 뇌물을 주고, 불법 승계를 했다고 해서, 국세청장이 금품수수로 구속되었다고 해서, 청와대 고위 인사들이 비리에 연루되었다고 해서, 편입학 및 입시에 비리가 있다고 해서 이런 것이 나하고 무슨 상관이 있냐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 말입니다. 그런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이런저런 부패가 나하고 무관할까요? 자, 딱 세 가지 사례만 소개하고자 합니다. 하나는, 몇 년 전 경기도 화성 씨랜드 화재 참사로 수련회를 떠났던 스물 세 명의 우리 아이들이 세상을 달리 했는데, 이때 세상을 떠난 아이의 어머니 중에는 국가대표 필드하키 선수로 올림픽에 출전하여 은메달을 딴 분도 있었습니다. 이 분은 공무원과 업주 등 어른의 부패 행위로 아이가 죽자 아이 하나 제대로 키울 수 없는 나라에서 살 수 없다면서 훈장을 반납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갔습니다. 다른 하나는, 작년인가 대한적십자사의 부실한 혈액관리 때문에 수혈로 B형 간염에 걸린 4 살배기와 그 부모가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승소하였다는 TV 뉴스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부모는 인터뷰를 통해 아이가 몇 년째 병에 시달리고 있다면서 평생 고생하고 살아갈 아이를 보면 눈물이 앞선다고 하더군요. 마지막 한 사례는, 작년 여름 모 방송국 뉴스가 특종을 한 것인데, 원가를 줄이기 위해 소화기의 필수원료인 제1인산암모늄 대신 값싼 황산암모늄을 채워 소화기를 제작함으로써 소화기 분말을 뿌릴수록 불길은 오히려 더 거세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 회사가 작년 7월부터 1년 동안 만든 31만대 가운데 22만 대가 엉터리였다는 것이었는데, 내부 직원이 방송국에 제보해서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자, 이 세 가지 사례만 놓고 한 번 보죠. 나도 그리고 내 가족 역시 종교적인 이유가 아니라면 유사시 수혈을 받을 수 있을 것이고, 가정이나 차량에 또는 직장에 비치하는 소화기를 화재시 사용할 수 있을 것이고, 우리 아이 역시 유치원에서 학교에서 수련회를 떠나 집 아닌 곳에서 잠을 잘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럴 때 마음 편하게 잠을 청할 수없고, 소화기를 사용할 수없고, 수혈을 할 수 없게 된다면 ‘부패’는 남의 일이 아닌 ‘내 일’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요? ‘부패’, 결코 나하고 무관한, 나하고 상관없는 일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부패’에 눈감고 분노할 줄 모른다면, 그 ‘부패의 망령’은 제2의 삼풍백화점 붕괴로, 제2의 성수대교 참사로, 그리고 제2의 IMF 국가위기로 불러올 것입니다. 이번 주 금요일 11월 23일 오후 6시 명동성당 앞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부패’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우리의 마음을 촛불 하나 하나에 담아 크게 외쳐봅시다. “부패청산 없이 대한민국의 미래는 없다”고..... 이지문 공익제보자와함께하는모임 부대표 * 편집자 주 : (가칭)부패청산국민연대((http://cafe.daum.net/korclean) 준비위원회에서는 11월 23일(금) 오후6시부터 8시까지 명동성당 앞에서 부패청산을 위한 국민의 소리를 함께 나누는 촛불집회를 계획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