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이용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다" 삼성측 로비 해명 반박

광화문짬뽕 2007. 11. 20. 11:01

이용철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다" 삼성측 로비 해명 반박

<인터뷰> 이용철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

(서울=연합뉴스) 강건택 기자 = "삼성이 이경훈 변호사의 독자적인 행동인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은 전형적인 `꼬리자르기'입니다."

삼성이 자신을 상대로 로비를 시도했다고 공개한 이용철(47) 전 청와대 법무비서관은 20일 전화인터뷰에서 `회사에서 돈 상자를 보내라고 지시한 적이 없다'는 삼성 측 해명에 대해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분수가 있지"라며 반박했다.

이 전 비서관은 ▲ 돈다발 종이끈에 적힌 서울은행이 2002년 말 하나은행에 합병된 점 ▲ 선물상자에 이름과 액수가 적힌 분류표시가 돼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이경훈 변호사(당시 삼성전자 소속)가 개인적으로 돈을 전달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다음은 이 전 비서관과의 일문일답.

-- 삼성의 뇌물 전달 시도를 제보한 계기는.

▲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를 당사자의 일방적인 주장으로 폄하해 끝내버리는 식의 분위기는 옳지 않다. 이런 생각에서 제가 경험한 내용을 설명하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해 이 사실을 공개하게 됐다.

청와대에서 반부패 제도개혁을 담당했고 방위사업청 등에서 군납 비리를 제도적으로 바꿨지만 100번 제도를 개혁해도 사회 제 세력이 담합한다면 불법을 저질러도 처벌하지 못하다. 그런 측면에서 시스템 개혁도 중요하지만 이를 무력화하는 담합구조에 대해서도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앞으로의 실체적 규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삼성은 회사 측에서 그런 지시를 내린 적이 없다고 하는데 이경훈 변호사가 정말 개인적으로 돈을 보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보나.

▲ 이경훈 변호사가 만약 스스로 관리를 했다고 하더라도 결국 삼성 차원의 일이 아닌가. 독자적인 일이라는 가능성을 내세워 삼성이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를 하는데 말이 안 되는 이야기다.

어제 미심쩍어서 인터넷을 뒤져봤더니 서울은행은 2002년 9월 하나은행과 M&A 계약을 하고 12월에 합병이 됐더라. 즉 2004년 1월 전달된 500만원이 아무리 늦어도 2002년 12월 이전에 인출됐다는 말이다. 그때부터 금고에 보관을 했고 포스트잇에 이름을 적어 분류작업을 했다는 말인데 1년 전부터 그런 돈을 보관하고 분류하는 조직이라면 너무도 분명한 것 아니냐.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려도 분수가 있지.

-- 500만원의 출처는 어디라고 생각하나.

▲ 개인적으로 추정해볼 때 당시는 `차떼기' 운운하면서 재벌들이 비자금을 엄청나게 조성했을 때라 2002년 이전에 조성했던 비자금이 보관돼 있다가 남은 것 중 일부가 풀려나왔을 거라고 생각한다.

-- 당시 직책이 삼성과 업무 관련성이 있었나.

▲ 당시 업무 관련성은 없었다. 제도개혁이 주 임무였고 공직부패에 대해 수사의뢰하는 등의 일은 사정비서관실 소관이었다. 당시
박범계 변호사(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가 사직인사를 한다고 송광수 검찰총장을 만나러 갔는데 마침 이광재씨가 검찰에 소환되던 날이라 `청와대가 검찰과 사전 조율하는 것 아니냐'고 언론에 된통 깨지던 상황이라 뭘 주거니 받거니 할 가능성이 없었다.

-- 주위에 비슷한 로비 사례는 없었나.

▲ 제가 아는 범위에서는 그런 사례가 없다. 이번 제보가 지금까지 이런 사실을 숨기고 있던 다른 사람들도 용기를 내 진실 규명에 동참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

-- 어제 돈다발 사진 공개 이후 삼성에서 연락이 없었나.

▲ 없었다. 삼성에서는 아마 이경훈 변호사와 접촉을 시도하느라고 바쁠 것 같다. 이 변호사는 미국 법이 적용되는 미국 변호사이기도 한데 미국에서는 뇌물 공여 범죄를 자백하는 순간 곧바로 기소가 된다. 그래서 이래저래 입장이 어려워 잠적한 것 같다. 지금은 잠적이 최선일 것이다. 솔직히 얘기하면 이 변호사가 나한테 전화를 걸어준다면 `본의 아니게 당신에게 잘못이 큰 것처럼 이름 석자가 대대적으로 알려지게 한 데 인간적으로 미안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그런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다.

-- 제보 내용이 언론에 크게 보도되고 시민 반응도 뜨거운데.

▲ 제가 알고 있는 팩트를 단순히 제보한다는 생각이었다. 기자회견에 나오지 않은 것은 직접 당사자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고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실체를 밝혀야 할 몸통을 갖고 있는 사람은 김용철 변호사이고 저는 정황상 부합하는 증거를 제공했을 뿐이다. 지금까지 김 변호사의 진정성이 의심받고 인격적으로 매도당했던 것을 넘어서 진지하게 다뤄줬으면 좋겠다.

-- 삼성측의 뇌물 공여 시도 내용이 추가로 고발되면 수사에 협조할 것인가.

▲ 물론이다 저어할 이유가 없다.

firstcircle@yna.co.kr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