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 세고 유별나고 촌티 나는 사람, 강기갑
[기고] "강기갑 의원을 지켜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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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이 17일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에 벌금 300만원을 구형해 파문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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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 세고 유별나고 촌티 나는 사람, 강기갑
강기갑 의원은 참 고집스러운 사람입니다. 보통 사람들은, 아무리 문제 있는 일이라도 막을 힘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면 그저 말이나 한 마디 보태며 살아갑니다. 그리 살아도 적당히 이름 내세울 수 있고 자리보전 할 수 있는 것이 지금 세상 돌아가는 이치입니다. 그러나 강기갑 의원은 되어서는 안 되는 일이라면 끝까지 막아야 한다며 단식으로 스스로를 태워갑니다. 그 고집, 누구도 꺾지 못합니다.
강기갑 의원은 정말 유별난 사람입니다. 아스팔트 대로에 흰 줄 하나 똑바로 긋기도 쉽지 않은데, 머리카락에도 홈을 파야 한다고 주변 사람들을 끝없이 독려합니다. 2008년 국정감사를 뒤흔든 쌀 직불금 부당수령사태는 강기갑 의원이 여러 해 줄곧 파헤치고 캐낸 충격의 사건이었습니다. 강기갑 의원보다 농업에 대해 더 잘 안다고 나설 국회의원은 대한민국에 없습니다.
강기갑 의원은 아직도 촌티 투성이입니다. 국회의원이 되어도 여전히 고무신 바람입니다. 두루마기는 여기 저기 떨어지고 기운 자리 투성입니다. “등빼, 머리빼, 빼는 와 옇노.” 진한 사천 사투리는 입에서 떨어질 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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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정희 민주노동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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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6개월 동안 가까이에서 본 강기갑 의원은 이런 사람인데도, 그런데도 서울 한복판에서도 강기갑 의원이 가는 곳마다 웃음꽃이 핍니다. 지나던 사람들이 너도 나도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함께 사진 찍자고 합니다. 강기갑 의원이 마이크를 들면 수백 명이 몰려들어 그의 말에 귀 기울이고 환호합니다.
강기갑 의원 스스로는 내세우지 않지만, 사람들은 그가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 가려봅니다.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습니다. 굴러가는 세상 속에서 자신에게 차례질 몫을 먼저 계산하는 사람과 무슨 계산도 않고 자신의 것을 온통 내놓는 사람, 세상이 변하기를 기다리는 사람과 내 몸 먼저 움직이는 사람. 지난 5년 동안의 의정활동 내내, 계산이라고는 도통 모르고 그저 우직하게 움직이는 종류의 사람임을, 그는 말이 아니라 몸으로 보여주었습니다.
지난 3월, 총선을 얼마 앞두고 예비후보들은 누구든 동네방네 누비며 표 얻겠다고 10분도 아까워하는데, 강기갑 의원은 2월 26일까지 국회 본회의장 앞에서 홀로 15일이나 단식농성을 했습니다.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농촌은 다 망하고 만다는 절박한 마음에, 한나라당 실세 사무총장 이방호 의원이 사천을 휩쓸며 표 모아가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고 외롭게 자신을 불태웠습니다. 이렇게 계산과는 거리가 멀어 어떻게 표 얻겠냐고 주변 사람들 걱정시키는, 그는 그런 사람입니다.
검찰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 사람들의 가슴
2008년 3월 8일, 사천실내체육관에 몰려든 천여 명을 검찰은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대통령 후보도 아닌, 단지 사천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했을 뿐인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집권여당 한나라당도 제1야당 민주당도 아닌 소수정당 민주노동당 국회의원 한 사람을 보기 위해 전국에서 모여든 사람들이 왜 그렇게도 많은지 이해할 수 없을 것입니다. 사천에 민주노동당 당원이야 고작해야 200여명뿐인데, 어떻게 그 자리에 참석한 당원들이 그 몇 배나 된다는 것인지, 납득할 수 없을 것입니다. 당원집회에 당원도 아닌 촌로들을 버스 공짜로 태워가며 실어온 것이 아니라면 도저히 천여 명이 모일 수 없다고 보았기에, 검찰은 이를 사전선거운동과 편의제공으로 기소했을 것입니다.
그가 소수정당인 민주노동당 국회의원이 아니라면 검찰이 바로 3월 8일 집회를 사전선거운동이라고 보았을까요? 한나라당 이방호 의원이 이런 집회를 했다면, 사전선거운동으로 보았을까요? 정치적 편향이든 노림수든 염두에 두지 않더라도, 그렇지 않았을 것입니다. 집권여당 실세 국회의원인데, 천 명쯤 모이는 것은 편의제공해 동원하지 않아도 충분히 모일 수 있는 숫자라고 판단했을 것입니다.
검찰이 알지 못한 것이 또 있습니다. 강기갑 의원이 어떤 종류의 사람인지를 알기에, 그의 진정을 알기에, 민주노동당은 사천에서뿐만 아니라 경남도당 차원에서 강기갑 의원의 당선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4월 9일 선거일이 다가오면서는 각지의 당원들이 자기 지역 선거운동을 미루어두고 사천으로 모여들었습니다. 전국의 농민 당원들의 절박함은 더 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강기갑 의원이야말로 우리 의정사상 처음으로 그 자신이 농사짓는 농민으로서 농민의 정당에 소속되어 의회에서 농민을 대표하고 그 과정에서 어느 농학박사보다 높은 평가를 받아온 유일한 국회의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의 당선을 열망한 전국의 민주노동당 당원들, 특히 농민 당원들의 가슴은 검찰의 눈에는 전혀 보이지 않았을 것입니다.
바로 얼마 전인 2008년 12월 14일, 사천실내체육관 앞마당은 3천여 명의 인파로 가득 찼습니다. 금쪽같은 일요일을 아침 7시에 버스 타서 밤 11시에 내리는 수고로 보내기를 자처한 사람들입니다. 전국 각지에서 버스마다 가득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모여들었습니다. 강기갑이라는 한 정치인이 좋아서, 그를 잃기 싫어서, 젊은 네티즌들이 사천까지 달려왔습니다. 촌로들이 모여들어 함께 춤추었습니다. 강기갑 의원에 거는 기대와 바람이 이들을 움직입니다. 어떤 편의제공도 버스노선변경이 없이도 이들은 스스로 강기갑 의원을 보러 달려왔습니다. 강기갑 의원을 보는 국민의 눈은 이런 것입니다. 3월 8일 사천에 모여든 천여 명 당원들과 사천 농민들의 마음은 이런 것입니다. 아마도 검찰은 영원히 이해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강 의원에게는 사전선거운동 혐의로 벌금 300만원을, 선거사무장에게는 편의제공 혐의로 징역 10월이라는 의원직 상실 형을 버젓이 구형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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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월 촛불집회에서 발언하는 강기갑 의원. 그는 촛불정국에서 유일하게 무대에 올라 발언할 수 있는 정치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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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31일, 선고를 앞두고 있습니다
강기갑 의원에 대한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12월 31일. 올해가 끝나는 날입니다. 정작 강기갑 의원 당신은 그저 담담하지만, 강기갑 의원을 지키자고 서명한 수만 명 사람들은 그를 빼앗길까 싶어 안타깝습니다.
진보의 희망은 사람으로부터 솟아나 사람 사이에서 커나갑니다. 그 희망 하나 만들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를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강기갑, 말로 먹고 사는 정치인과 다른 그 이름이 어떤 역경을 헤쳐 진보정치의 희망으로 서게 되었는지 우리는 다 알고 있습니다. 그가 계속 진보정치의 희망으로 남아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경제위기 시대, 서민의 희망이 된 강기갑 의원을 지켜주십시오. 찬바람 황량한 거리에서, 그가 몰고 오는 희망과 웃음이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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